우정이라는 원동력
간만에 수연이와 선화를 만났다.
직장 생활에 바쁜 수연이는 자기가 오늘 시간되냐고 물어놓고 잊고 있었나보다.
난 아무래도 지난 주말 수연이의 푸념 섞인 문자가 너무나도 걸려서 이번 주 쯤은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경험하고 있는 내 친구에게 위로를 보낸다. 이 경험에 있어서는 내가 무려 10 년정도 선배이니 나에게는 거리낄 것이 없었으면 좋겠다. )
경험을 여러모로 소중하게 여기고 공유하는 이 만남의 시간이 즐겁다.
각자의 경험을 진지하게 또 마음을 열고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도 다른 환경에 놓여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누군가는 이렇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대화의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 대화가 겉도는 피상적 만남으로 전락하기에 우정이 소원해 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각자의 경험이 너무 소중하고 많은 것을 배우는 또다른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식을 얻기는 쉬워졌지만 지식의 깊이는 얕아지고 있는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아날로그적인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선형적이고 축적적인 아날로그의 가치는 소중하다. 느린 듯 보이지만 아날로그적 내공의 파괴력은 막강하다는데 우리 모두 동의했다.
파편화되고 분절적인 그리고 빠른 소비가 이루어지는 지식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최첨단을 논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조적 도구라고 나는 생각한다. 새로 나올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나는 기계를 좋아하지만 절대로 기계를 믿지 않는다 ㅋㅋ”
선화는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넌 뭐든 쉽게 잘 안 믿어 ㅋ”
믿지 않는게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두고 보는 것이겠지. 그냥 과잉 신중 쯤으로 치부하자.
우리가 또 공감대를 형성했던 부분은 능력없는 윗사람이 능력없음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오는 피곤함이었다. 아무리 유능한 조직이라도 한 두사람 쯤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하기로들 마음먹었다.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서 오는 무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선화는 공부를 하는 것과 가르치는 일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차석입학에 항상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고 사법고시라는 큰 관문을 넘은 이 친구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어렵다고 말한다.
” 그건 말이지. 너가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넌 당연하다고 여기는게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사람도 있거든 ㅋ”
( 이 친구는 요즘 자신의 공부방법이 잘못된 것 같다고 고민한다. 난 친구로써 장점도 단점도 알고 있기에 마음을 조금 열면 자연스레 해결될거라고 했다. 나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이런 조언을 하다니 우습다 ㅋㅋ)
수연이는 고등학교 때의 일을 회상한다.
“기억나니? 영어듣기시험이 끝나고 내가 두개 틀려서 어떻게 하면 영어가 잘 들릴까 고민하고 있을 때 수진이 너가 한말. ‘영어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어떤 느낌이니?’ 그 때 너무 진지하게 묻는 그 질문하나로 많은 생각을 했었지. 너와 나의 경험의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영어듣기평가를 틀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에 틀리지 않는 방법도 모르겠구나 싶었지.”
난 기억도 나지 않는 대화를 잊을 수 없다는 수연이의 말에 “내가 그렇게 재수없는 말을 했다니?” 수연이는 그 때의 나는 여느 때처럼 진지했노라 말했다. 그래서 딱히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덕분에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재수없는 말도 서슴없이 마음을 열고 이해해주었던 친구들이 사뭇 고맙게 느껴진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나도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노라.
경험하지 않았기에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많다. 친구들의 다양한 경험을 듣는 시간은 그래서 너무 소중하다. 자신의 장점을 십분 살려 열심히 살고 있는 친구들이다. 공부하는 나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때도 그들은 내 이야기를 너무 잘 들어준다. 그래서 항상 만날 때면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고 헤어짐을 아쉬워한다.
법학적 접근(선화), 공학적 접근(수연), 커뮤니케이션학적 접근(나), 경영학적 접근(경희-일본은 아직 학기 중이라 못 옴)
다양한 화제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경험의 폭을 넓혀가는 만남이 내 삶의 큰 원동력임을 부쩍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