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숨을 좀 트일 만한 일을 찾노라면, 악기를 잡고 있을 때다…
공부할 시간이 절박하게 느껴지면서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연습시간, 레슨시간…
최근 들어 레슨이 다시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악기 소리가 거칠다… 요 몇 주 계속 그런데, 선생님께서도 내 악기를 잡아보시곤 adjust가 필요한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 아직도 못 맡기고 있다… 지난 봄에 점검을 했으니, 가을이 왔으니 점검 할때가 되기도 했다…
거칠게 반항하는 악기가 나를 아주 예민하게 만들지만, 미워도 내새끼라 어쩔 수가 없다…
선생님께서도 “네 악기 네가 보듬고 쓰다듬어 주지 않으면 누가 아껴주겠니… 부드럽게 쓰다듬어 줘…”
나도 예민하고 악기도 예민한게 선생님도 느껴지셨나보다… 무엇보다도 가슴에 와 닿는다…
정말 악기가 살아있는 생명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조금만 소홀히 해도 너무 잘 삐친다…
이녀석, 나에 대한 관대함이 많이 사라졌다… 모든 것을 대하는 나의 관대함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나 있다는 듯이…
나의 기분과 느낌이 고스란히 악기에게 투사(projection)되고 있다…
더블 샾으로 곤란함을 느꼈던 스케일을 무사히 마쳤다… 스케일을 험난하게 마치면 의기소침해지고, 깔끔하게 마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은 날이다…
스타카티시모를 너무 거칠게 표현하지 말자… 짧게 끊는 것은 맞지만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 안된다…
그 미묘함을 활로 콘트롤 해야겠다…
Dont 3번의 6개, 12개 슬러를 집중해서 연습을 하니, 신기하게도 Bach가 쉽게 연주된다…
12개 슬러는 약간 자신감이 없었는데, 선생님께서 다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셔서 무사히 끝까지 달려갈 수 있었다…
12개의 빠른 슬러를 꽉 찬 소리로 내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다…
그런데 뒷부분에서 약간 소리가 약해지면서 깨지는데, 앞으로 소리에 신경써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
모든 것은 오른손이 문제다 ;;;;
Bach 근음 울림을 풍부하게 하자…
급한 내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매순간 최소한 반템포는 여유를 갖자고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는데, 너무 악보에 연연하는 것 같다…
근음은 약간 늘여줘도 될 일을 말이다… 악보에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것도 이제는 읽어내야 되는데…
양손이 복잡한 패시지가 등장을 하면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난다…
“뭘 그리 미리 걱정을 하시나? 앞에 나오는 음표나 제대로 하시지….”
그래도 무슨 이유에서 인지, 바흐를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대한 날이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Dont가 바흐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머리로 몸으로 느꼈다…
세세한 것에 신경을 써야겠지만, 즐겁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슨이 끝날 무렵 선생님께서
“네 활과 Best Friend가 되어야지, 아직 활과 별로 안 친해보이네… 서로가 서로를 아직도 못 믿는 것 같아보이는데…”
나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앞으로 좀 더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지금 주력으로 쓰고 있는 활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게 얼마 안되었다는 사실이고,
아직 친하지 않아 보인다는 선생님의 표현이 어쩌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3년 전 새롭게 활을 들이고 적응해가는 동안, 나와 활이 잘 맞지 않는다는 의심도 많이 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레슨과 연습을 통해 극복해 나가면 나갈수록 나에게는 참 과분한 녀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번에 선생님께서 “네 문제냐? 쟤(악기) 문제냐?………………네 문제다…..”
내가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어느 정도 채워져야만, 연장 탓도 할 수 있는 것이겠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활 한테 못해준게 뭐가 있지?? 활 털 닳면 활 털도 갈아줘… 송진도 좋은걸로 먹여주고… 연습 끝나면 활털도 잘 풀어서 쉬게 해주는데…ㅋㅋㅋㅋ 지가 알아서 충성해야 되는거 아닌가? 괘씸한 생각도 들지만…
나의 사랑스러운 악기에게 마음과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레슨이었다…